
보건복지부, 생계급여 가구분리 모의적용 시행...인천·대구 등 4개 지역 6개월간
보건복지부가 부모와 따로 사는 스무대 청년들이 생계급여를 별도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시험 운영한다고 9월 15일 발표했다. 이번 모의적용은 인천 계양구, 대구 달서구, 강원 철원군, 전남 해남군 등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6개월간 진행된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와 떨어져 살더라도 같은 가구로 간주해 급여를 부모에게만 지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모가 생활비를 보내지 않는 경우 외지에서 홀로 지내는 청년들이 생계곤란을 겪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빈곤 청년 사각지대 해소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이번 모의적용은 개선 방안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부작용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급여 분리지급으로 청년 자립 지원
새로운 방식에서는 생계급여 수급가구 소속 19세 이상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와 주거를 달리할 경우, 해당 청년의 신청을 통해 급여액을 별도로 지급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부산에 거주하고 자녀가 서울에서 생활하는 3인 가구의 경우, 기존에는 부모 중 1인에게 160만 8113원이 일괄 지급됐다.
모의적용 이후에는 부모가 받는 급여는 125만 8451원으로 줄어들지만, 따로 사는 자녀에게는 76만 5444원이 별도 지급된다. 부모와 자녀 모두 소득이나 재산이 없다는 전제 하에 산출된 수치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자립을 위해 직장을 찾아 외지로 나간 청년이 부모의 급여 미송금으로 생계와 구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수급자 청년에 대한 지원 확대
모의적용에서는 수급자가 아닌 청년들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된다. 현재는 기준중위소득 50% 이상 소득이 있거나 중증장애인, 미혼부모, 가정폭력 피해자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개별가구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 등 '기타' 사유의 경우 세부 기준이 모호해 담당자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실제로 부모와의 갈등으로 분가한 청년이 암 수술로 일하기 어려워 노숙자쉼터를 전전했지만, 부모와의 단절을 증명하기 어려워 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모의적용에서는 가족관계 해체 상태로 가족부양 기능이 상실된 경우 지역 내 가정 밖 청년을 지원하는 공공·민간 자원과 연계해 지원체계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기준중위소득 50% 이상 소득 조건에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음'이라는 요건을 추가해 제도 악용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인권위 권고 후속조치
이번 조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부모와 주거를 달리하는 20대 미혼 자녀를 개별가구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4월 청년 간담회를 실시하고 5월부터 6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했으며, 6월부터 7월까지 지방자치단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모의적용 참여 지자체 공모를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4개 지역이 선정됐다. 모의적용 기간은 준비 절차를 거쳐 9월 중 시작해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지속된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생계의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는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모의적용을 통해 지자체 현장에서 청년 가구 분리 방안을 적용해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빈곤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과 전망
모의적용 결과는 내년 평가를 거쳐 본격적인 제도화 방안 검토에 활용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1인 가구 증가와 부양의식 변화 등 사회환경 변화를 고려해 청년 사각지대 보호와 제도 악용 방지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부모 지원을 받으면서 수급자가 되려는 전략적 접근이나 입시 전형 준비 수험생들의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복지부는 모의적용을 통해 적정 보장 범위와 수준, 가구 분리 시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최종 제도화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동건 기자 cs@policyonair.com